#재밌는사연 #약간의호러 #하지만코미디 #근데좀길어요 #그래도뽑히면좋겠다 #장도율 #장팀장의사내방송 #와인한잔과수다 #장팀장이와수다
오늘은 웃기지만 조금은 아찔했던 추억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제가 대학교에서 과 학생회를 들어가고 첫 회식이었어요. 평소라면 스스로 알코올 섭취를 자제했겠지만 이날만큼은 술이 달게 느껴지기도 했고, 또 봄바람이 향기로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새학기라 그랬나?! 술이 막힘없이 술술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셨어요…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눈 떠보니 다행히 차가운 길바닥이 아니라 따뜻한 제 방이더라고요~ 그래도 인사불성인 와중에 집도 잘 찾아오고 심지어 깨끗하게 씻고 잠옷차림으로 숙면을 취한 제 자신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제 옷장 앞에 떠있는 새빨간 형체를 보고 순간 너무 놀라서 바로 졸도하는 줄 알았어요…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 소리도 안나오잖아요…!!! 게다가 제가 눈이 또 안 좋아서 안경을 안 쓰면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냥 뿌연 형상으로만 보이는데 방금 막 자다 일어난 거라 안경도 못 쓴 상태로 새빨간 형체를 본 순간 아무 소리도 못 내고 눈알만 굴리다가 바로 거실로 뛰❄︎갔어요. 나가면서 책상에 발가락을 찧었는데 아픔보다 공포심이 더 커서 그랬나 아픈지도 몰랐어요. 거실로 나오자마자 집안을 헤집고 다니면서 소리를 질렀는데 그날따라 집에 아무도 없더라구요… 집안 모든 곳에 불도 꺼져있어서 그 순간 마치 공포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았어요. ‘혹시 아직 꿈속인건가?’ 생각도 했지만 아까 나오면서 찧은 발가락이 아프기 시작해 현실이라는걸 자각했어요. 평소의 저였다면 그냥 집밖으로 뛰❄︎갔겠지만 이날따라 술이 덜깼는지 갑자기 어디선가 용기가 생기면서 이 집을 지킬 사람은 이제 나뿐이라는 생각에 급 전투태세로 소파 쿠션과 효자손을 들고 제 방 앞에 섰어요. 아까 뛰❄︎오는 와중에 문은 또 잘 닫았더라고요~ 아무튼 문고리 잡고 심호흡하고 눈을 꼭 감은 상태로 문을 열자마자 불 켜고 효자손을 마구 휘두르며 소리 질렀어요. 근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거예요… 그래서 슬쩍 눈을 떴더니 아직도 새빨간 것이 옷장 앞에 떠있었어요. 잠시뿐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너무 큰 소리를 질러서 목이 쉬어버린 저는 잠긴 목소리로 제발 방에서 나가달라고 간청했어요. 근데도 가만히 있길래 순간적으로 욱해서 쿠션을 방패 삼아 옷장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어요…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길래 다행히 살아있진 않구나 하고 안심하기도 잠시, 제 눈앞에 마주한 빨간 형체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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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식당에서 미처 벗지 못한 “앞치마”였어요… 너무 황당해서 그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안경을 쓰고 제대로 보니 너무나도 평범한 앞치마였어요… 일어나자마자 안경을 썼다면 이렇게 혼자 생쇼를 할 일도, 목이 쉴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죠…😱 결국 목소리가 잘 안나와서 다음날 병원 다녀왔네요~ 아 그리고 앞치마는 병원 다녀오는길에 식당에 무사히 돌려드리고 사장님께 사과도 드렸습니다! 친절한 사장님께서 앞치마 메고 간 손님은 처음이라며 기념으로 가져가도 된다고 농담하셨는데 저는 두번 다시 이런 경험 하고 싶지 않아 진심으로 거절했답니다~ 그리고 이날 이후로 술이 더이상 달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술도 거의 안마신답니다~
글을 다 쓰고보니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제 사연은 사내방송에 뽑히지 못할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 잠시나마 웃음을 드렸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당ㅎㅎ